[우리말바루기] 병이 났다/나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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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의 해군 소장 로젠버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나이로 유명하다. 그는 암에 걸려 군에서 나온 뒤 네 차례나 수술했지만 보름밖에 못 산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은 생은 군에서 보내고자 했으나 법규상 그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청원서를 내고 대통령이 특별법령에 서명할 때까지 싸웠다. 군에 복귀해선 오로지 임무에 매진했다. 몇 년 뒤, 그는 여전히 해군에 있었고 의사로부터 암이 거의 완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로젠버그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병이 ‘나다’와 ‘낫다’, ‘났다’와 ‘나았다’ 등의 표현을 쓰게 되는데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사람이 꽤 있다.

“암은 잘 났지 않는 병인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야”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좌절하고 포기했다면 병이 날 수 있었을까” “즐거운 일에 대한 기대가 죽음을 연장시키는 의지력을 발휘해 병을 나게 한 것일지도 모르지”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낫지’ ‘나았을’ ‘낫게’로 고쳐야 어법에 맞다.

병이 발생하다는 뜻일 때는 ‘나다’, 병이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는 의미일 때는 ‘낫다’를 써야 한다. ‘나다’는 규칙동사이고, ‘낫다’는 어간의 끝소리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ㅅ불규칙동사로 나아·나으니·나은·낫는 등으로 활용된다. 이들의 과거형은 병이 나다(발병)는 병이 ‘났다’, 병이 낫다(완치)는 병이 ‘나았다’이다. “과로로 병이 났다” “병이 씻은 듯 다 나았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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