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李노동 어떻게 처리되나-聖域없는 司正 사표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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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형구(李炯九)노동부장관은 23일 오전 집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국무회의에도 불참했다.
본인은 혐의사실을 해명하러 다닌다는 얘기만 나돌더니 오전11쯤 이홍구(李洪九)총리를 5분정도 독대하고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의 기류는 이미 李장관의 경질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다만 경질의 모양새와 형식,시기선택만 남았을 뿐이었다.
한 고위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언론이 필요하다면 사견으로 써달라』는 전제를 단뒤 『金대통령이 말해왔듯 부정불법과 비리를 저지르거나 연루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날 오전 권농의 날을 맞아 모내기행사를 위해 경북상주로 내려가면서 『수사를 빨리해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고 지시했다.
경질의 형식도 여러가지다.
사표수리일 수도,해임일 수도 있으며 24일 검찰소환과 동시에구속된 뒤 해임할 수도 있다.
金대통령은 취임직후인 지난 93년3월 『재임중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덕성에 상처를 준 것을 생각한다면 해임해야겠지만 아직 검찰의 수사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모양새가 덜 사나운 쪽을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청와대의 고민도 적지않다.
우선 검찰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혐의가 드러난다면 현정권의 집권후 현직장관이 비리로 물러나는 첫 케이스가 된다.
***선거 영향우려 6월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걱정거리다.
더구나 최근 한국통신 사태와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문제 등으로 전국이 시끄러운데 주무장관인 노동부장관이 비리로 물러난다면 노사분규에도 파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숙희(金淑喜)교육부장관을 해임하고 서상목(徐相穆)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한지 1주일 남짓한데 또다시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차라리 지난 15일 부분개각때 끼워넣기식으로 경질했으면 낫지않았을까 하는 얘기도 나온다.
***미룰 이유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李장관의 혐의를 포착하고도 선거를 감안해 조치를 미루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사분규의 상태를 감안한다면 노동부장관을 경질하는데 질질 끌이유가 없다.
시간이 소요된다면 후임자 인선때문이다.
시간을 끌수록 파장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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