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의 극치 ‘숨쉬기 운동’ 별 효과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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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바로 “요즘 무슨 운동하세요?”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어떤 운동이던지 하나씩은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운동 하나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몹시 ‘게으른’ 사람마냥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게으른 사람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숨쉬기’다. 여러 가지 방식의 호흡법과 그에 대한 효과도 의견이 분분한데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신체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 특별한 호흡법. 건강에도 특별할까?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는 호흡. 건강한 사람의 호흡은 짧고 굵지만 병약한 사람의 호흡은 가늘고 길다.

호흡의 주된 목적은 산소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우리 몸에서 빨리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격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이 빨라지는데 왜 그럴까?

이는 호흡의 조절중추인 연수가 자극을 받아 교감신경이 촉진돼 숨을 헐떡헐떡 쉬는 호흡항진이 일어나서 호흡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속하게 이산화탄소를 혈액 내에서 제거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렇게 살아있는 동안 무의식으로 하게 되는 호흡에서 건강을 찾기 위해 오래 전부터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되는 산모들은 통증으로 인해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과 태아에게 산소 공급이 불안정 해질 수 있다. 이 때 라마즈호흡법등 분만호흡법이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진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거나 긴장 될 때 심호흡을 하는데 심호흡은 몸 속 깊은 곳에서 가슴을 들먹이지 않고 호흡을 가늘고 길게 들이 쉬었다가 가늘고 길게 내쉬는 방법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노래나 발성을 하는 데 좋은 복식호흡, 선인들이 건강을 위해 했다는 태식호흡, 몸으로 한다는 체호흡, 도인들이 많이 하는 단전호흡 등 많은 호흡법들이 있고 그 효과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호흡법이란 것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스트레스 해소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으나 신체적인 변화나 영향미치는 것을 찾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한양대학교 호흡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로 호흡법이 건강에 큰 영향은 없다”며 “환자의 경우 호흡이 약해지는 등 변화가 생길 수는 있지만 호흡법만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제시했다.

세명대 부속 제천한방병원의 김희택교수는 “단전호흡 등 건강에 좋다는 호흡법등은 정신을 가다듬고 올바른 자세를 취해 내분비계를 자극, 좋은 호르몬이 나오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우리 몸의 흐트러진 것들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교수 역시 정신적인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등의 역할 이외에 효과는 의문이지만 지속적인 호흡운동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한다.

◇ 폐활량도 늘릴 수 있다?

복식호흡이나 단전호흡을 꾸준히 하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폐활량이 늘어난다고 보통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사실과 다른 건강상식이라고 전한다.

중앙대학교 호흡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다”며 “운동으로 인해 미세하게 늘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운동으로 인해 근력과 지구력이 좋아지는 것을 폐활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말한다.

또한 요즘 산모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라마즈 호흡법에 대해서도 서울대학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의학적으로 과학적인 효과는 의문이지만 심리적인 문제로써 산모가 해서 만족감을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즉 어떤 호흡법이든지 신체적인 변화보다는 정신적인 안정을 얻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 평생 해야 하는 숨쉬기. 효과의 유무를 떠나서 우리의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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