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퇴임하는 日대장성 實勢 사이토 지로 사무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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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림자 총리」「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거물(巨物)」로 불리며 경제대국 일본의 돈줄기를 좌지우지하던 사이토 지로(齋藤次郎.59)대장성 사무차관이 26일 물러나게 됐다.
관료 주도의 일본사회에서 정부 각 부처의 2인자인 사무차관은실질적인 영향력에서 장관(대신)을 능가한다.사이토차관은 그중에서도 「꽃중의 꽃」으로 통하는 대장성 사무차관으로 활약하던 인물. 도쿄(東京)大 법학부 출신인 그는 고시를 거쳐 59년 대장성에 들어감으로써 화려한 관료경력을 쌓기 시작했다.우리나라의재경원 예산실에 해당하는 주계국(主計局)의 차장.관방장(한국의총무국장에 해당).주계국장등 정통코스를 거쳐 93 년 6월 사무차관이 됐다.일본정부의 예산을 주무르는 주계국장은 산업계.정계.정부부처들이 수시로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단한 자리.
통상 2년인 임기를 불과 한달여 앞두고 사이토차관이 조기퇴임한 것은 「오자와 맨」인 그에게 자민당 인사들이 끈질기게 압력을 가한 결과로 풀이된다.자민당내 실력자였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現신진당간사장)와 손잡고 정책을 추진해 왔 기 때문에 자민당내 반(反)오자와 인사들에 의해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던 것이다.심지어 직속상관인 다케무라 마사요시(武村正義)대장상마저 최근 『사이토는 훌륭한 사람이니까 스스로 잘 생각중일 것』이라고 넌지시 자진퇴임을 종용했을 정도.
사이토의 퇴임은 여당내 실력자의 힘을 빌려 일하는 대장성의 전통적인 「정치유착」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이 때문에 『대장성의 「55년 체제」가 사이토와 함께 막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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