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분석>5.서울시장후보 부인에게 들어본다-林鶴暎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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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공화국의 대통령」,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전직 총리.부총리.대통령후보 세사람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민자당 정원식(鄭元植)후보,민주당 조순(趙淳)후보,무소속 박찬종(朴燦鍾)후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불퇴전의 의 지로 6월27일을 향해 달리고 있다.이들 뒤에는 곡절많은 남편의 생을 따라 동고동락해온 부인들이 숨어있다.세 후보의 면면만큼이나 색깔이 다른 그 부인들을 생활여성부 기자들이 긴급 인터뷰했다.
[편집자註] 30년전 「장화없이는 다닐 수 없었던 시절」,헐값에 사서 자리잡은 마당넓은 화곡동 집에서 만나본 정원식(鄭元植)민자당 서울시장 후보의 부인 임학영(林鶴暎.66)여사는 담장밖에서 부는 치열한 선거바람과는 달리 상당히 여유있는 표정이다. 이북여성(고향은 서울이지만 성장기의 대부분을 평북 선천에서 보냈다)특유의 강인한 생활력 덕분일까.
『우리집 양반이 워낙 사심이 없는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어요.또 당당히 경선을 치렀으니 잡음도 없을거고….』 남편이 경선을 통해 민자당 후보가 되던 순간 간단한 다리치료를 위해 병원에 있었다는 林여사는 남편이 서울시장에 당선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미국에 계신 鄭후보의 89세 노모가 국제전화를 했다는 말로 대신한다.
『에미야,애비가 또 나가게 됐구나.내가 다 예언을 받았단다.
우리 모두 기도하자.너 다리 아픈데 너무 뛰지 말아라.』 그 시어머니는 「하이칼라 집안의 딸」인 숙대출신 林여사가 동생이 다섯씩이나 되는 황해도 포목장수의 아들에게 시집와 딸만 내리 넷을 낳았을 때 은근히 구박도 하시던 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시부모.시누이.시동생까지 모두 열두명의 식구 를 훌륭히 거둔 맏며느리를 아주 자랑스러워 하신다고.
『우리집 양반이요.문자 그대로 젠틀맨이지요.진짜 교육자구요.
요즘도 내가 가끔 아들타령을 하면 「그런 말 말어,하나님이 다알아서 우리집에 딸만 주신 거라구」할 정도예요.』 신식 교육학을 공부한 남편이 자유주의 원칙아래 키운 네딸은 모두 이화여대를 나와 나란히 아들 하나씩을 둔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사위들도 모두 평범한 회사원.미국에 가있는 둘째를 빼고는 모두 일요일이면 친정에 모여 鄭후보 부부를 기 쁘게 해준다.
남편이 언젠가 서울대총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은 가졌어도 장관이나 총리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林여사는 남편이 총리시절 외국어대 계란투척사건을 겪는 것을 보고 「공직자의 험난한 길」을 실감했다고.
『공직자 부인의 자세가 별다르다고 생각지는 않아요.그저 남편을 믿고,밖에서 걱정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길밖에는.』 92년 대선 이후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맡은 鄭후보와 시장도 함께보러다니며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는 林여사는 당분간 선거로 정신이 없을 것같다며 조금은 아쉬운 표정.
『우리집 양반이 두번씩이나 미국에 혼자 공부하러 갔을 때 그식구를 모두 내가 보살폈으니 이만하면 내가 「정원식이 공로자」아닙니까.』 인터뷰 내내 가슴속의 말을 숨기지 못하는 솔직담백한 성격이 돋보였던 林여사는 이번에도 「정원식이 공로자」역할을기꺼이 떠맡을 것 같았다.
〈李德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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