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보다 물가 금리 5%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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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7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보다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5%)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7개월째 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원유·곡물 가격 상승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한은의 전망치(3.3%)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3.5%)도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은행 대출이 늘고 유동성 지표도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우리 금융시장은 활발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위축되지 않았는데, 굳이 금리를 낮춰 돈을 풀 필요가 있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에 실망한 매물이 나오면서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르는 등 시중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증시는 약세였다. 코스피지수는 33.47포인트(1.97%) 하락한 1663.97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원-엔 환율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내가는 데다 고유가 여파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증시에서 외국인은 11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원화 약세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이 7.9원 오른 957.5원으로 1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932.9원으로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 서브프라임 문제가 진정되는 올 3분기까지는 원화 환율이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980~1000원 선이 강력한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여 1000원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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