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노 홀리데이 근무,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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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강 대표 뒤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보인다. [사진=오종택 기자]

 “너무 허겁지겁 100m 달리기 식으로 (일을) 하면 못 따라오는 직원들이 실수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6일 취임인사차 국회를 찾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던진 말이다. “‘노 새터데이(No Saturday·토요일에도 쉬지 않고 근무한다는 의미)’를 선언했던데 너무 부지런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말한 뒤다. 강 대표는 “슬기롭게 일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유 장관은 “초기에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매주 초 열리는 실·국장 회의를 30분 앞당겨 오전 8시에 열기로 결정했었다. 토요일 오전에도 정기 간부회의를 하기로 했다.

통일부 등 공직 사회도 뒤질세라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하는 일하는 정부에 부응하는 차원이었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고 힘들게 됐다”며 “우리가 힘들수록 이 나라가 잘되고 우리가 힘들수록 국민이 덜 힘든다”고 말한 일도 있다. 이에 따라 ‘노 홀리데이(No Holiday, 휴일 없이 근무)’ ‘얼리 버드(Early Bird, 일찍 움직이는 새)’란 유행어도 낳았다.

강 대표의 ‘허겁지겁하지 말라’는 발언은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회적 경계인 셈이다. 강 대표는 인선 혼란 때도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무조건 ‘고’는 아니다”라며 문제 장관의 퇴진을 이끌어냈었다.

하지만 ‘노 홀리데이’ 바람의 진원지인 청와대는 근무 기강을 느슨하게 할 뜻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일부 직원들이 애로 사항을 말하는 것은 알지만 청와대 직원들의 최종적인 ‘소구 대상’(평가자란 의미)은 국민이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직원들도 익숙해지고 자기규율에 적응하면 편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휴일 없이 근무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인수위 때 ‘생체실험’을 해본 결과 인간의 잠재능력은 무한하더라”며 “아침 일찍 일을 해보니 확실히 더 효율적이고 밤에 술을 안 마시니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고정애·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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