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 금 내다파는 미국인들

중앙일보

입력

국제 금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가운데 미국인들도 장롱 속 깊숙한 곳에 넣어둔 금 장신구들을 내다팔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갖고 있던 금 장신구들을 되파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한 기자의 체험담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댈라스에 사는 앤 짐머만 기자는 “대부분의 여성처럼 나도 금 장신구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지만 일부는 전혀 활용하지 않고 넣어두고만 있었다”면서 “하지만 금값이 연일 올라가면서 이것들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4일 마감된 국제 금값은 온스당 963.90달러로 연초보다 12%, 2006년 연말과 비교하면 52%나 올랐다. 오늘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온스당 1660달러였던 1980년에 사람들은 보석상에 금을 팔기 위해 줄지어 몰렸다. 다시 한번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한 보석상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래 됐거나 하자가 있는 장신구만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보관했던 금붙이들까지 들고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머만 기자는 우선 팔아버릴 금장신구를 찾아보았다. 친척들이 선물로 줬지만 하고 다니지 않는 것들이 대상이었다.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팔찌도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할머니가 하고 다닌 100년 된 하트 목걸이는 도저히 처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금을 내다팔기 위해 전문가와 상의부터 했다. 금을 어디에, 어떤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지 정보가 필요했기때문이다. 순금은 24k로 18k와 14k의 가격은 그만큼 떨어졌다.

그녀의 금붙이들은 모두 14k였다. 가치는 24k의 58.5%로 계산하면 된다. 그 다음 단계는 무게였다. 무게를 쉽게 측정하는 방법은 1센트 동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1센트 20개가 1온스에 해당되기때문이다.

비교해본 결과 금붙이는 1센트 동전 60개, 즉 3온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어디에 파느냐다. 그녀는 모든 물건을 돈으로 바꿔준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한 호텔로 찾아갔다. 골동품과 보석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온스당 750달러를 준다고 했다. 그녀의 보석이 14k므로 총 1569달러다.

좀더 비교를 하기 위해 대형 보석상을 찾았지만 이곳은 고작 600달러를 제시했다. 세번째 알아본 곳에선 730달러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문의한 곳은 맨해튼의 보석상 인터넷 사이트였다. 이곳에선 보석을 수신자부담 특급우편으로 보내주면 측정후 가격을 준다고 했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하루안에 수표를 보내주고 거절하면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면허번호를 받고 보석을 보냈다. 이들이 불러준 가격은 총 1570.17달러. 가장 좋은 가격이었다. 짐머만 기자는 “바로 팔겠다고 했더니 다음날 수표가 도착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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