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금이 유가 10%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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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장 수급만으로 보면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이어야 한다.”

4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의 가이 카루소 청장은 유가가 10%가량 과도하게 올라 있다고 진단했다. 그 주범으로는 투기자금을 지목했다. 가격 상승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해 거품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미국 상원 에너지 자원위원회에 출석해 “에너지를 포함한 상품시장으로 (투기)자금이 몰렸고 그것이 유가를 위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고유가의 원인으로 세계 경제의 고도 성장과 주요 산유국의 정세 불안, 석유업계 숙련 노동력의 부족을 꼽았다.

하지만 카루소 청장은 장기적으로 유가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산유량 증가와 대체 에너지 활용으로 2016년께 유가는 57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 텍사스유(WTI)는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단기간에 급속히 가격이 오른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대신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산유국들을 향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공개 경고’도 한몫했다.

그는 이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만난 자리에서 “유가를 높게 유지해 가장 큰 고객인 미국의 경제를 침체시키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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