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초대석>테러리스트-한국액션영화 현주소 보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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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의 전쟁』과 『비상구가 없다』(미개봉작)로 액션전문으로 자리잡고 있는 김영빈감독의 세번째 작품 『테러리스트』는 한국액션영화의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다.
범법자에 대한 과잉대응으로 감옥까지 간 경찰관(최민수)이 출소후 폭력배들을 초법률적 폭력으로 응징한다는 것이 핵심 줄거리다.경찰인 형(이경영)이 추적임무를 맡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세우지만 동생을 차마 체포하지는 못한다.악당 두목 (독고영재)에 의해 목숨이 끊어지려는 동생을 발견한 형이 허가되지 않은 총기사용으로 두목을 사살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발차기와 칼.쇠파이프등이 난무하는,치열하고 속도감 있는 집단난투극이나 처절한 맞대결등 박력 넘치는 액션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함께 준다.미국.홍콩 액션영화와 차별되는 한국적 액션을 그려보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보인다.군더더기가 일부 있긴해도 치고받는 장면은 힘과 속도감이 넘치고 폭력의처절함과 비장감도 잘 묘사됐다.
하지만 액션에만 너무 치중했고 인간에 대한 묘사나 사회성.상황전개등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다른 요소들의 처리는 기대에 못미쳐 아쉽다.
우선 주인공이 악당들을 처단하는 테러리스트(?)가 되기까지의심리적 고뇌,그런 동생을 잡으러 다녀야하는 형의 고충,형제간의인생관 차이가 빚어내는 갈등 또는 형제애등 인간의 속내에 대한묘사는 만족스럽지 못하다.형제애는 「인간의 얼굴을 한 폭력」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영화를 감동으로 이끌 좋은 재료였다.
또 등장하는 악인들은 액션과 위치만 있지 개개의 성격이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두목이 벌이는 탈법적인 사업을 사회적 모순과관련지었더라면 사회성 높은 일급드라마가 됐을지도 모른다.
선과 악이 대립하는 액션영화에서 악인의 성격묘사는 작품성과 직결된다.많은 일급 폭력영화들은 악인들의 개성,잔혹한 내면과 신사적인 겉모습과의 2중성등을 강조해 갈채를 받았다.
〈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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