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澤雷隨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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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수괘는 출렁이며 기뻐하는 못()이 위에 있고,소리내며 움직이는 우레()가 아래에 있다.마치 아래에서 우레가 움직이니 물결이 기뻐하며 서로 따르는 상이다.사람이 기쁘면 서로가 따르므로,즐겁다는 예괘 다음에 수괘를 놓았다.
하늘은 봄.여름.가을.겨울등 네 가지 변화를 보인다.땅은 하늘의 변화에 따라 따뜻한 봄에 낳고,더운 여름에 자라며,서늘한가을에 열매를 맺고,추운 겨울에 거두어들여 저장하는 일을 한다.사람도 소년기.중년기.장년기.노년기가 있어 위 치와 장소와 시기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니 때를 따른다는 것이 중요하다.
수는 대체로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고,기쁜 마음으로따르는데 의미가 있으며,시대적 변천에 따르되 자기 분수에 맞게따르라고 했다.
옛날 태왕이 빈이라 하는 나라를 다스리는데 이웃 박이라 하는나라가 계속 침략하여 백성을 못살게 굴었다.태왕이 곡식과 재물을 주어도 듣지 않자『박이 괴롭히는 것은 나의 국토가 탐이 나기 때문이다.백성이 편하게 살아야 하는 토지로 인하여 백성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하고 서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그것을안 백성이 모두 이주해 와서는 태왕이 다시 딴 곳으로 떠나가지못하게 에워쌌다.태왕은 할 수 없이 그곳에 도읍을 정하고 백성을 잘 다스렸다.
정자(程子)는『인심의 따름이 이와같이 굳기 때문에 나중에 주(周)나라를 세울 왕업이 시작된 것이다』고 하였다.
수괘를 배우다 어떤 사람이 수시변역(隨時變易)과 수기응변(隨機應變)을 물으니 선생님께서『수시변역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잘대처하는 것이고,수기응변은 기회에 따라 잘 넘기는 것이니 수시변역은 만세의 정법이고 수기응변은 임시적 방편이 다』고 말씀하셨다.이어 또 다른 사람이 수번뇌(隨煩惱)를 물으니『수번뇌는 사람의 번뇌속에 원한.분노.질투 등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이 뒤를 이어 따른다는 불가에서 쓰는 말이다』고 하셨다.
초효는 때를 만나 출세길이 열린다.사람을 찾아다니며 교제하거 권력있는 사람에게 아부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능력을 발휘하라.이효는 모든 것을 다 취할 수는 없으니 작은 것(이웃의 초효)에 매여 큰 것(정응인 오효)을 잃지 말라.삼 효는 자기보다 못한 자와 사귀지 않고 나은 사람을 따르면서 취사 선택을 잘 하고 있으나 바르게 처신해야 이롭다.사효는 군왕 바로 밑에있는 대신의 위치에 있어 권력도 금전도 모두가 자신을 따르고 있다.믿음을 가지고 의리를 지키며 바 른 마음으로 밝게 처리하라.오효는 이웃이나 상응하는 자가 모두 따르나 자기 짝이며 중정한 덕을 갖춘 이효(六二)와 아름답게 만나라.상효는 너무 기쁘게 따르다 보니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여 부패하고 혼탁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고 하였으니 따르는 것에도 각기의 도(道)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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