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魚雁-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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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어(魚)는 물고기의 모양에서 나온 상형문이고,안(雁)은 엄(엄).(인).추(추)의 결합이다.엄은 깍아 지른 절벽을(危.厄.厚.仄.原),(人)은 사람,추는 새를 각각 뜻한다(雀.雉.雌.雄).대체로 기러기는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 둥지 를 틀고 살며 날 때는 무리를 짓되 「人」자 모양을 하는 데서 나온 글자다. 옛날의 편지는 대체로 비단 조각에 썼다.그런 다음 파손을방지하기 위해 두 장의 죽간(竹簡.대나무 쪽)사이에 끼워 넣었는데 죽간에는 물고기(잉어)모양을 새기곤 했다.물고기가 유유자적 헤엄치듯 막힘 없이 전달되라는 뜻에서였다.
그래서 편지를 「어서」(魚書)라고도 했다.시구에 보면 간혹 烹鯉魚(팽리어.잉어를 삶아 먹음)라는 표현이 있는데 사실은 「죽간을 뜯어 편지를 읽는다」는 뜻이다.
편지를 보내는 데는 기러기를 이용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절의 「소식」을 알리는 새가 아닌가.그래서 예부터 기러기는 소식을 전하는 사자(使者)에 비유되곤 했다.
한무제(漢武帝)때의 충신 소무(蘇武)는 흉노(匈奴)에 사신으로 갔다 잡혀 19년만에 돌아왔다.
한나라가 그의 송환을 요구했지만 흉노는 그가 이미 죽었노라고시치미를 뗐다.그가 송환된 데는 한 신하의 재치가 있었다.
『사실은 저의 천자께서 사냥을 나가 기러기 한 마리를 잡았는데 발에 소무로부터 온 편지를 달고 있었습니다.지금 북해(北海)의 어느 곳에 있다고 하던데….』 깜짝 놀란 흉노의 왕은 마침내 그를 되돌려 주었다.이 때부터 어안(魚雁)은 「편지」라는뜻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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