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스폭발 뇌사상태 金炳錫씨-유족들이 장기기증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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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8일 오후5시 사고현장에서 1㎞정도 떨어진 대구시달서구본동불교병원 2층 중환자실에서는 김병석(金炳錫.29)씨의 약혼녀와가족들에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은 뛰지만 사실상 사망상태인 「뇌사(腦死)」판정.
사고소식을 듣고 이날 밤 병원에 도착한 金씨의 형 김경호(金敬浩.35.서울성동구하왕십리)씨는 『평소 검소하고 성실했던 동생의 뜻을 잇는 것은 장기기증이라 생각했다』고 울먹였다.
뇌사상태의 金씨는 5월21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꿈결같은 나날속에 28일 아침에도 여느 때와 같이 대구시 논공면 농협을 향해 회사출근버스를 타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고,지하철공사로 길이 막혔지만 모든 것은 평화로워 보였다.
오전7시50분.땅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金씨와 회사동료 5명이 타고있던 15인승 미니버스는 하늘로 치솟았다 철골구조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정신이 없던 金씨는 무의식중에 차에서 빠져나왔고 손을 흔들어도움을 청한 뒤 불교병원으로 옮겨졌다.
동료중 2명은 그자리에서 숨지고 다른 2명은 金씨와 마찬가지로 중태.
병원에 옮겨진 뒤 金씨는 중얼거리기도 하고 손도 움직이는등 희망적인 모습도 보였지만 뇌파검사후 재생 불가능이라는 판정을 받고 말았다.입과 코에 호흡기를 달고 아무 의식없는 金씨의 곁에는 약혼녀 車모(28)씨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 고 있었다.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나 金씨의 정신적 지주가 된 형 경호씨는 『어려서 디프테리아로 사경을 헤메다 어렵게 살아나기도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동생의 뜻에 따라 다른 생명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는 일이 영원 히 돌봐주는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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