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서하노이까지>3.성장 발목잡는 빈부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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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종전(終戰)20주년을 맞은 지금 베트남은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도이 모이(쇄신)정책에 의한 경제살리기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처음 10년간 베트남은 정부주도의 계획경제를 운용하며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그러나 86년 도이 모이가시작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특히 최근 몇년동안은 경제개혁의 성과가 가시적(可視的)으로 나타나 고 있다.
연평균 8%이상의 경제성장,1천여개 외국기업이 쏟아붓는 1백30억달러의 투자액,한때 4백87%까지 치솟았다 14%선으로 잡힌 인플레.베트남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은 베트남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지난해 2월 미국에 의한 금수(禁輸)조치가 해제되고,지난달 연락사무소가 개설된 것도 커다란 성과다.
그러나 고민거리도 많다.가장 큰 걱정거리는 빈부격차.하노이와호치민市등 주요 도시들의 경제가 12%가 넘는 高성장을 거듭하지만 인구의 80%이상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농촌은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중 뿌려진 고엽제(枯葉劑)는 수많은 농토를 황폐화시켰고 미군의 융단폭격에 파괴돼 아직 복구되지 못한 도로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미비는 정부와 외국기업의 투자를 도시지역에만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있다.
또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실업(失業).빈곤.주택.환경 등 도시문제가 심각한 상태며,농촌.산간지방에서는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남북간 이질감과 갈등은 전쟁의 또다른 부산물이다.과거 월맹과월남의 수도였던 하노이와 호치민市가 각각 「정치수도」와 「경제수도」로 서로 경쟁.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은 남북갈등의 일면(一面)이다.좋은 기후조건과 프랑스.미국의 지원으 로 자본주의에일찍 눈떴던 호치민이 국내총생산의 30%,외국투자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며 하노이를 훨씬 앞서고 있다.
그러나 호치민 전체인구 6백만명중 3백만명 이상이 북부출신들이고,이들이 관청.기업체등의 고위직을 상당부분 차지해 남북간 감정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종전후 재교육시설에 수용됐다 풀려난 舊월남정권의 고위 관리.
군인들도 다루기 힘든 불만세력으로 남아 있다.
〈申藝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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