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고와세계화전략>3.勞使政 화합의바람-기업인의 하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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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회사의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그러나 병은 공개하라고 했습니다.숨기면 암이 되기 때문이지요.』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한 경제인 연찬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연뒤 심각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포드社와 연간 5만대씩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수출계약을체결하고 지금까지 8만5천대를 수출했다.그러나 올들어 포드가 슬슬 주문을 줄이기 시작했다.』超엔高로 채산성과 경쟁력이 악화되고 막대한 환차손까지 입고 있는 마당에 엎친데 덮 쳤다는 하소연이었다.
金회장이 설명하는 포드의 주문기피 이유에는 충격적인 측면까지있다. 『기아의 시간당 임금은 12달러다.영국 로버社도 12달러다.포드는 15달러,폭스바겐은 18달러다.당신네 회사는 임금수준은 큰차이 없지만 기술도,역사도,생산성도 이런 메이커보다 떨어지지 않느냐.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뻔한 회사와의 지 속적인OEM구매를 재검토해 볼 수 밖에 없다.』 포드사가 제시한 이유는 또 있다.『기아의 유급휴가는 연간 1백35일이다.포드는 1백32일,마쓰다는 1백33일이다.기아는 처가식구 경조사날도 논다.』 무엇하나 경쟁사보다 나은 것은 없으면서 임금이나 휴가를 남처럼 받는 회사와 파트너를 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그는『높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회사가)죽을 지경이다』며『우리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초엔고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탄조로 말했다.
『이런데도 국회에서 하는 일이 없다.(기업과 정치권이)분담할것은 분담해야 한다.(정치권이)할 일은 하고(기업을)부려먹어 달라.』金회장의 말은 이런 건의로 이어졌다.
엔고로 악화된 채산성 향상을 위해서는(근로자의)고임금.(회사의)저인건비체제가 돼야 한다.때문에 자동화.슬림화가 불가피하나이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정치권은 기업의 경쟁력향상보다 노조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이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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