伶南中 39명사망 7명 行不-대구 가스폭발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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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이 뭉쳐진 어이없는 가스폭발사고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본 대구달서구상인동 영남중학교(교장 李吉雨)는 비탄에 잠겼다.이 사고로 영남중 교사 1명과 학생 38명이무참히 숨지고 22명이 부상했으며 7명이 행방불 명됐다.
사고직후인 28일 오전 교무실.
『선생님예.우리 애 어디있습니꺼.교실에 있습니꺼.제발 좀 찾아주이소.』이미 초상집이 돼버린 교무실에 사고로 숨진 2학년5반 李재식(16)군의 어머니가 산발을 한채 뛰어들어왔다.그러나10여명의 선생님들은 고개를 떨구고 애써 눈을 피했다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재식군의 어머니는 다시 교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어 자식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학부모들의 울부짖음과 통곡,등교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숨진 3학년8반 담임 이종수(李鍾秀.39)씨는 이날 당직이어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다 변을 당했다.
교장 李씨는『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꺼.자식같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이제는 볼 수 없는 겁니꺼.그래도 아직 생사 확인이 안된 아이들은 살아있어야 할텐데…』며 말을 잇지못했다. 특히 사망자중엔 이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준형.준희(15)쌍둥이 형제가 끼어있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졸지에 쌍둥이 아들 형제를 잃은 어머니 조분순(40)씨는 『자전거만 타고 가지 않았어도 죽지 않았을텐데』라며 영안실의 직원들을 붙들고 오열했다.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갔으면 시간이 늦어 화는 면했을 것이라는 부모의 애절한 통곡이었 다.
2학년에 나란히 재학중인 쌍둥이 형제는 이날 오전7시30분쯤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갔다.
한달전 아버지를 졸라 마련한 자전거였다.형 준형군이 자전거를몰고 뒤에 준희군이 올라탄 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선지 20여분만에 참변을 당했다.
아버지 김상돈(金相敦.42.대구달서구상인동)씨는 이들이 이란성 쌍둥이로 얼굴모습은 다르지만 항상 같이 다니며 축구도 하고우애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회장.부회장을 번갈아 하며 공부도 1,2등을 다투는등 모범생이 었던 두 형제는 집안에서도 어머니의 설거지를 돕는효자로 소문나 있었다.
활발한 성격의 두 형제는 중학생이지만 쌍둥이형제라 각별히 사랑해왔던 어머니에게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는 나이였다.
두 형제의 시신은 사고현장에서 2㎞ 떨어진 달서구도원동 대구보훈병원 영안실에 다른 22구의 시신과 함께 흰천에 덮인 채 안치돼 있다.
이들의 고모인 김태숙(40)씨는 『지난해 서울의 성수대교붕괴와 아현동 가스폭발사고가 난뒤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니 국민들이 어떻게 마음놓고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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