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集示法 불복종 엄격히 단속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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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86개 시민.노동.사회단체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이 단체들은 앞으로 불법.탈법.폭력집회를 열겠다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집시법이 지나친 소음을 막고 주요 도로 행진을 금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집회를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집시법이 개정되고 규제조항이 신설된 것은 그동안 각종 집회와 시위에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집회와 시위는 보장되지만 타인의 권리와 사회의 공익을 해치는 경우는 법률로 당연히 제한할 수 있다. 시위라는 명목으로 큰길을 막는다거나 고막을 찢는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은 타인의 권리와 공익을 해치는 행위다. 새 법은 확성기 사용으로 기업이나 상인이 생업에 지장받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군사시설 주변에서 경찰의 허가없는 집회.행진을 허용하지 않는 데 대한 반발 또한 말이 안 된다. 지난해 경기도 포천 미군사격장에 대학생들이 난입해 포탄이 장착된 장갑차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위험천만했던 일이 재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 학교 주변에서의 시위를 제한하는 것 역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집시법이 폭력시위를 한 단체가 다시 같은 목적의 집회를 하려 할 경우 이를 금지하는 것은 합당하다. 쇠막대기.화염병 등 온갖 흉기를 동원해 시위를 벌인 단체가 난폭한 집회를 거푸 여는 사례를 국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주말만 되면 시위대의 천국으로 변하는 간선도로도 시민에게 되돌아와야 한다. 도로는 차량이 통행하는 곳이지 시위장이 아니다.

종전의 일부 시위 방식은 방종에 가까웠다. 경찰도 민주화라는 명분 때문에 방관했다. 시위가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법에 따라 질서있게 진행돼야 한다. 이제 시위문화도 한 단계 높아져야 한다. 새 법은 이를 위한 것이다. 불복종 운동으로 거부한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