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씨름으로끝난 G7 환율회담-역효과만 부른 日銀 금리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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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7개국(G7)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담이 결국 입씨름만으로 끝나고 말았다.모처럼 유럽각국이 일본과 목소리를 모아 미국을 성토했으나 공허한 외침에 머문 것이다.
일본은 超엔高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가.그럴만하다는 한가지 이유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들어 일본 엔화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본은 금리를 더낮춰야 하고 미국은 반대로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나라 사이의 금리격차가 더 벌어져야 일본으로 몰리던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면서 엔화의 환율이 안 정될 수있다는논리다. 이에따라 일본은 지난14일 1.75%까지 떨어져 있던중앙은행의 재할인금리를 1%로 낮추는 조치를 단행했다.일본으로서는 어려운 결단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난 결과는 전통적인 환율이론과는 정반대였다.일본이 금리를 낮춤으로써 미국과의 금리격차는 더 벌어졌지만 엔화값은 떨어지기는 커녕 더 가파른 속도로 뛰어올라 한때 달러당 80엔의 벽이 깨지기도 했다.이런 현상을 어떻 게 설명할 수 있을까.
美월스트리트저널紙는 변동환율제도 아래서는 금리를 이용해 환율을 조정하려는 정책이 극히 불확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반대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전적인 환율이론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대출이 늘어나 통화,즉 엔화 공급이 증가한다.
한편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일본의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들의 수요,즉 엔화 수요는 줄어든다.결국 엔화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 보다 많아져 엔화값은 떨어지게 된다.일본은행이 의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금리를 낮추자 고전적인 환율이론으로 설명할수없는 현상이 나타났다.재할인율을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확산되면서 단기금리가 먼저 하락,재할인율을 밑돌았다.이에따라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대신 금 리하락으로 가격이 오를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팔고 통화(엔화)를 거둬들인 셈이 돼 금리는 떨어졌지만 유동성은 거꾸로 줄어들었다.엔화가 말라버렸기 때문에 엔화의 값이 더 오른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엔화값이 달러당 90엔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달이래 일본은행은 금융시장에서 6조엔가량을 흡수했다.
이런 단기적인 달러貨 부양노력은 엄격한 한계가 있다.각국 정부가 경제적 기초를 건실하게 운용하겠다는 의지와 협조자세를 시장에 확신시켜주지 않는한 기축통화인 달러의 불안정은 지속될 것이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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