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극기·애국가 허용 안해” … ‘월드컵 평양 예선’ 협상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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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음 달 26일 평양에서 열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 예선 남북한전에서 태극기 사용 등을 놓고 양측이 벌인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6일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북측과 실무 협의를 벌였지만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응원단 방북 문제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이에 따라 국제축구연맹(FIFA)에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북측은 평양 예선 경기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깃발은 한반도기, 국가는 아리랑으로 대체하자는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축구협회 대표단은 ▶참가국 국기를 게양하고 ▶양국 선수들이 도열한 상황에서 양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돼야 한다는 FIFA의 월드컵 예선 규정에 따라 경기를 진행할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FIFA의 월드컵 예선 규정 제22조에는 ‘예선 기간 FIFA기와 페어플레이기, 양국 국기가 게양돼야 하고 선수 입장 직후 양국 국가가 연주돼야 하며 이는 의무 사항에 속한다’고 못 박고 있다.

축구협회로선 북한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절충안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FIFA 중재에 맡겨서 북한을 설득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북한이 FIFA의 중재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입장을 받아들여 양국 국기를 나란히 게양하고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힌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이 끝내 FIFA의 결정을 거부할 경우 FIFA는 ‘제3국 개최’라는 중재 카드를 꺼낼 수 있다. 경기 개최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이 모두 한발 양보할 수 있는 중립국 경기가 유력한 시나리오다.

FIFA가 초강경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북한이 정치적인 이유로 FIFA의 규정을 어긴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의 몰수패를 선언할 개연성도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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