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종합병원"강적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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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무언가 다른데….』 「신토불이」의료드라마인 『종합병원』(MBC.일)에 맞서 들어온 美의료드라마 『시카고 메디컬』(SBS.수)을 지켜 본 상당수 시청자들의 반응일 듯하다.비교대상 없이 국내에서 인기를 누려온 『종합병원』이 이제 확실한 경쟁상대를 만났다 .구미(歐美)의 수준높은 제작환경을 감안할지라도 소재,아이디어,극전반에 흐르는 감흥등 『시카고 메디컬』이 국내 전문직드라마에 던져준 교훈은 적지 않다.
『시카고 메디컬』은 20세기폭스TV사에서 제작돼 CBS를 통해 지난해 가을 방영된 작품.
『종합병원』처럼 시카고호프라는 대학병원이 주무대로,실제 의료진의 조언을 받고 있는 것도 동일하다.두 의료드라마의 확연한 차이점은 소재의 범위다.
표본비교로 지난주의 『시카고 메디컬』첫회와 『종합병원』을 분석해보자.『시카고 메디컬』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체실험,의사와환자보호자의 미묘한 갈등,사회복지단체의 부조리,의사들간의 미묘한 경쟁,변호사와 의료분쟁등 다양한 소재를 50 분짜리 한편에담고있다.멜로나 코믹류의 과장을 절제한 가운데 의료계의 구조적문제를 차분히 극화해 가볍지 않은 감흥을 주고 있다.반면 『종합병원』의 경우 오랜 멜로물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응급의학실로 장소를 옮겼으나 단지 멜로에서 코 믹으로의 전환만이 눈에 띌 뿐이다.특히 『종합병원』은 의사들간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둬 환자는 매번 엑스트라로 그치는 「단방향접근」을 계속하고 있다.반면 『시카고 메디컬』은 모든 소재에 환자와의 관계를 도입,의료의 두 주축(환자.의사 )간 「쌍방향 교감」을 전달해 감흥의 폭을 넓히고 있다.
더불어 30대중반~50대에 이르는 원숙한 전문의들의 고뇌.자존심.경쟁등을 담은 『시카고 메디컬』에 비해 『종합병원』은 레지던트.인턴등의 「고생.애정.갈등」에만 장기간 초점을 맞춰 스스로 소재의 폭을 축소시킨 셈.『종합병원』의 조경 환.심양홍등얘깃거리가 많을 중진의사들은 단지 신세대의사들의 「보조인물」로만 기능할 뿐이다.
『시카고 메디컬』중 대수술후 부어오른 환자의 리얼한 얼굴분장,고증을 받은 쟁반위 수술도구의 위치 등은 접어두고라도 참신한아이디어.소재등의 머리싸움에서마저 뒤져서는 곤란한 시점이 아닐까.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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