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北고위급회담 제의-우리정부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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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수로협상이 결렬상태에 빠지고 北-美간 고위급협상을 재개하는방안이 모색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北-美대화와 더불어 남북대화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새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맺어진 北-美핵합의에 남북대화조항이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대화에 전혀 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그것도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만 상대하더라도 모든 일을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점을 지적하려는 뜻도 있다.
이와관련,정부 한 고위당국자는 22일 『핵합의에 남북대화를 재개한다는 구절이 포함된 것은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수용하는것은 물론 경수로 공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남북한간에 많은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북한이 동의 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北-美핵합의가 맺어지기 2~3개월전인 지난해 여름 미국에 한국형 경수로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남북대화가 재개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남북한간 원자력협력협정의 체결▲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연 락사무소 서울.평양 설치▲경수로 기술진의 판문점을 통한 왕래보장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핵합의에 「남북대화를 재개한다」는 모호한 표현만 넣은 채 핵합의를 승인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해 왔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의 미흡한 처리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졌으나 미국이 우리 정부 입장을 북한에 충분히 주지시켰다는 설명에 마지못해 핵합의를 승인했었다.
그러나 경수로회담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태도는 우리 정부 입장을 충분히 주지시켰다는 미국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는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대화를 새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경수로 및 북한핵문제 전체를 포함한 남북한관련 모든 문제에서 우리가 소외되는 일은 결코 용인치 않을 것이며,만일 그런구도가 계속된다면 경수로 비용부담 등에서 한국의 협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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