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회담 결렬 韓.美대응책-서울,爐型불변 대화해결 解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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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北-美간 경수로 전문가 회의가 일단 결렬된데 대해 정부가 보인 반응은 두가지다.
우선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북한이 경수로 협정 체결시한으로 못박고 있는 21일밤 12시 이후에도 북한과의 협상노력은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둘째,북한이 영변 원자로에 핵연료를 재장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경수로 전문가 회의 결렬이 곧 위기라는 등식은 아니라는 입장이다.연료봉 재장전은 북한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1일 美日등과 외교채널을 통한 긴밀한 협의에서 대화국면 지속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21일오전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은 공노명(孔魯明)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연이어 孔장관은 제임스 레이니 주한 (駐韓)미국대사,야마시타 신타로(山下新太郎)일본(日本)대사와 연쇄 접촉을 가졌다. 3국간 협의에 따라 美측은 대화국면을 지속시키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실무급 전문가회의에서 현안타결이 어렵다는 공감대가형성돼 있는 만큼 北-美협상을 고위급으로 격상시키는 길을 걷게될 것이다.
이럴 경우 가능한 北-美채널은 로버트 갈루치대사와 강석주(姜錫柱)북한 외교부 부부장 라인이다.
이미 이 채널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수시로 가동돼왔다.또 北-美 제네바 회의를 타결한 장본인이 묶인 매듭을 마저 풀어야 한다는 논리도 선다.
갈루치 대사도 姜과의 직접 협상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바 있다. 협상 채널이 갈루치-姜라인으로 격상되면 일괄타결을 전제로한 정치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경수로 노형(爐型),계약구조 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가 포괄적으로논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양측간 고위채널이 가동되더라도 사태해결에 도움이된다는 전제하에 이를 받아들일 태세다.정부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차제에 北-美간 회담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네바 합의 구도를 한국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나웅배(羅雄培)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21일『北-美간 회담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네바합의 구도자체가 잘못됐다』며 북한이 南北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시사가 바로 그것이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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