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 잘못하면 돈 날릴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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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4월 A씨는 인터넷뱅킹을 하면서 입금 계좌번호를 잘못 기입해 물품 대금 1000만원을 B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당시 B씨는 대출금이 연체된 상태. B씨의 거래은행은 B씨의 계좌로 들어온 돈을 자동 인출했다. 뒤늦게 A씨는 “실수로 잘못 입금했다”며 은행에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이 거절하자 A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은행은 자금 이동을 중개하는 역할을 할 뿐이며 돈은 A씨가 입금하는 순간 B씨의 소유가 된다”며 “은행이 B씨의 연체금을 상계 처리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A씨의 사례처럼 입금 계좌를 잘못 알아 실수로 돈을 송금했더라도 은행엔 반환 책임이 없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24일 밝혔다. 계좌 주인이 순순히 돈을 돌려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법원도 금감원과 같은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기업의 경리 담당 직원이 실수로 거래 관계가 없는 다른 회사에 송금했을 때 은행이 아닌 수취인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주의할 점은 또 있다. 이런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은행이 금융실명법에 따라 송금인에게 수취인의 신상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 따라서 소송을 낼 때 은행이 수취인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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