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택黨 당수 떠돌이 犬公과 별난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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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 개혁파 예고르 가이다르 「러시아의 선택당」당수와 평범한 개의 별난 인연이 화제다.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아르항겔스크.
정부 요인들의 다차(별장)가 모여있는 이곳에는 주민들이「가이다르의 개」라고 부르는 암컷 잡종개가 있다.
가이다르가 총리일 때 주인을 잃고 아르항겔스크 벌판을 헤매던한 잡종개가 총리의 다차로 찾아들어 왔다.가이다르는 이 개를 받아들였고,이 개는 그때부터 총리가족의 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줄카」라는 이름도 받았고 벼룩방지용 고급 현대식 목걸이도 선물받았다.
먹이도 정부 최고인사들이 먹는 음식 수준이 됐다.줄카의 운명은 그처럼 순식간에 좋아졌다.주민들은 어느덧 줄카를 「가이다르의 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그러던 어 느날 갑작스런 비극이 다가왔다.가이다르가 총리직을 물러나면서 줄카를 남겨놓고 떠난 것이다. 줄카는 밤새도록 울부짖었고 아침이 되도 먹지를 않다가가이다르가 보살펴달라고 돈을 맡긴 다차 여종업원의 보살핌으로 겨우 기운을 차렸다.줄카는 다시 마을주변 벌판을 뛰어다니게 됐고 곧 주인잃은 개무리의 두목이 돼 항상 앞장서 뛰어다 녔다.
지난해 6월 무리 가운데 한마리가 아이를 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줄카의 운명은 또다시 돌변했다.
아르항겔스크지역 당국은 집잃은 개떼를 박멸키로하고 밤사이 개들을 사살했다.줄카는 이 와중에 발에 부상만 당하고 살아남았는데 다차 마을에 머물러 있던 한 정부관료가 줄카를 몰래 구해냈다. 줄카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아직도 가이다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주간지 스톨리차는 쓰고 있다.
[모스크바=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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