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가 본 보스턴 마라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나이탓인가.재룡이 형(金在龍)과 완기형(金完基)이 상위권 진입에 실패한 것을 보고 무엇인가에 홀린 기분이다.얼핏 레이스 모습으로 볼때 몸상태도 좋아 보였고 레이스 운영도 탁월했다.특히 레이스운영만큼은 이들의 관록으로 볼때 실패할 수 없는 것이다.국내외 마라톤을 수십차례나 완주해온 터라 경험상 이들은 세계 어떤 마라토너 보다 우위에 있음이 분명했다.특히 재룡이 형은 35㎞까지 선두권을 형성,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제법 능란한 면모까지 보였다.그러나 이후엔 스 퍼트하는 케냐와 브라질 선수들을 쫓아가지 못했다.오히려 뒤쫓던 세명의 선수들에게 추월당하기까지 했다.이는 체력의 한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35㎞부터는 젊음의 힘과 패기로 막판까지 밀어붙여야 한다.여기서 밀어줄 힘이 없으면 처지게 마련이다.나는 내심 이번 마라톤을 한국마라톤의 정상유지냐,퇴보냐의 시발점으로 파악하고 싶다.마라톤 트로이카(나를 포함해)중 두각이 무너졌다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다.
〈오리건주립대학 기숙사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