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해태상 '걸개그림'이라도 빨리 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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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앞 해태상을 하루 빨리 복원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다못해 ‘해태상 걸개그림이라도 걸어놓자’는 다급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관악산의 화기를 물리쳐준다는 의미에서 조선시대에 세워진 해태상은 지난 6월 개발로 인해 사라진 상태다. 지난 11일 숭례문 화재에 이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까지 불에 타자 인터넷에는 이른바 ‘해태상의 저주’라는 흉흉한 괴담이 퍼졌다. 해태상이 없어졌으니 관악산의 화기가 다음엔 어디를 향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이다. 정부종합청사 화재 이후 관련 기사에는 “다음엔 어디 차례인가”라는 걱정스러운 댓글이 이어졌다.

광화문 문 앞의 해태상

네티즌 ID‘hands98'은 “숭례문에 이어 세종로 정부청사가 불에 타다니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idw999'는 "이상한 일이 한달 새 두 번씩이 터지니 불안하다”,'seastar100'은 “불을 막는 방패인 숭례문도 소실됐는데 광화문 정부청사 화재까지 잇따랐으니 신이 노여워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에서는 경복궁이나 청와대가 다음 차례가 아니냐는 '입방정'까지 나왔다. ‘bugatii2'는 "관악산 화기가 숭례문을 거쳐 종합청사까지 갔다”며 “다음 차례는 청와대가 아닐지 무섭다”고 했다. 비단 네티즌만의 예언은 아닌 듯 하다. 한 공무원은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화기를 막아준다는 광화문 해태상을 치운 이후 화재가 계속 터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의 정치학자와 풍수가들은 화마(火魔)를 경계하기 위해 세 가지 장치를 만들었다. 우선 숭례문 인근에 ‘남지(南池)’라는 연못을 만들고, 숭례문 안에도 자체 우물을 팠다.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달아 화기를 막았고, 물기운을 몰아온다는 상상 속 동물 해태를 광화문 양 옆에 세웠다.

2008년 대한민국엔 세 가지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듯 ‘해태상 걸개 그림이라도 걸자’는 ‘다급한’ 제안은 비과학적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정서를 안정시켜줄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평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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