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地山謙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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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퇴계선생의 병환이 위중하게 되어 문인들이 걱정하며 점괘를 얻자 겸괘가 나왔다.괘사에「君子有終(군자의 마침)」이라 한대로 퇴계선생께선 회복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그런데 어떤 사람이 자기 아버지 병점(病占)을 원하기에 점을 해 겸괘를 얻었다.괘사대로「사망하겠다」고 했는데 그분은 죽지 않고 병이 치유되었다.
선생님께『점을 어디 믿겠습니까.퇴계선생 병환에는 겸괘 풀이대로돌아가셨는데,얼마전의 병점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군자가 마친다고 했지 소 인이 마친다고 했느냐.목적과 대상이 다르고,점괘를 얻는 사람의 정신과 풀이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겸괘를 상황별로 풀이하면,초효는 겸괘의 맨 밑에 있어 겸손하고 또 겸손하면서 스스로 덕을 기르니 어떠한 큰 일도 해낼 수있다.이효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 겸양의 덕을 쌓으니 저절로 덕이 알려져 이름이 높아진다.삼효는 남을 위 해 노력하면서도 그 공을 남에게 돌리니 크게 유종의 미를 거둔다.사효는 고관의 위치에서 엄지손가락같이 두루 겸손하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오효는 통치자가 자기 욕심을 버리고 백성을 위해 일하는데도 교만한 자가 있으면 평화적 차원에서 징벌하라.상효는 밑에 있어야 할 음이 위에 있으면서 겸손한 체만 하며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슬퍼하는 격이니 자신의 마음을 반성해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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