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달러低특파원이본 美.日시각-미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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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달러가 90엔선을 깰 때만해도 뉴욕금융시장은 난리였다.그러나 지금은 달러당 80엔선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나타냈다.미국정부도 입으로만 『달러약세는 좋지않다』고 할뿐 여전히 팔짱을 낀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달러의 마지노선이 90엔이다,80엔이다 하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안통한다.반전시킬 확실한 사인이 나타나지 않는한계속 달러를 팔 생각이다.』 뉴욕외환시장 한 딜러의 말이다.손에 쥐고 있는 달러를 파는 것도 아니다.달러값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달러가 없으면서도 이른바 공매도(空賣渡.short)를통해 시세차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이것이 달러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원인중 하나다.
「달러의 바닥」에 관한한 어떤 전망도 믿을 수 없게 되자 도리어 투기적인 요소들이 더 활발하게 장세를 움직이고 있다고 이딜러는 설명했다.시세를 직접 움직이는 딜러들은 이제 미국이나 일본의 거시적인 분석에는 시큰둥해졌다.장기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의 현상설명에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들이다.
지난주 달러가 87엔을 기록했을 때 한 투자은행의 전문가가 TV에 출연,『2주일안에 82엔선을 깰 것』이라고 말했을 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그러나 이젠 일부에서나마 78엔,심지어 연말까지 65엔선까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예측까지 시장주변에 나돌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조작은 이번에도 실패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지난 3월중에 일본은행은 1백40억달러를 매입했다.같은 기간의 대미(對美)무역흑자 1백10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달러를 사들였지만 달러하락을 막지 못한 셈이다.
독일의 금리인하로 마르크 값은 떨어졌지만 그바람에 마르크로 갔던 돈들이 엔으로 방향전환을 한것도 엔값을 더욱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결국 현재로선 일본의 금리인하만이 달러폭락세를 멈추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지배 적인 분석이다.만약 이번에도 일본이 금리인하를 꺼릴 경우 딜러들의 달러매각 공세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일본이 예상대로 금리인하를 실시한다고 해서 달러불안이 말끔히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일본의 수출업자는 항상 달러를 팔 준비를 하고 있다』(뉴욕 다이이치간교은행의조 프랭코마노)는 말처럼 달러값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적인 매도세력들이 언제 또 활개를 칠지 모를 일이다.
이번 달러폭락과정에서 미국의 정부나 기업의 입장은 한결 더 분명해지고 있다.세계외환시장에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그것은일본의 책임이며 따라서 일본이 주도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달러 폭락사태에도 불구하고 월 스트리트의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이 전혀 동요되지 않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견디나 두고보자는 식』이라고나 할까.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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