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써놓은 30~40대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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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통사고.질병.사건등으로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경우가 잦아지자 미리 유언장을 만들어 공증까지 받아놓는 30~40대가 늘고 있다.
30대 초반의 미혼인 A씨는 지난해 한국합동법률사무소에서『내가 죽으면 모든 재산을 어머니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만들어공증해 놓았다.
이 사무소의 한일성(韓一星)사무장은『그는 사업상 비행기를 자주 타는데 언제 항공기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며 유언장을 만들었다』고 말하고『이전에는 60대 이상의 고객이 전부였으나 지난해부터 30~40대 고객이 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또 제일은행에는 올해초 40대 초반의 남자가 찾아와『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유언장을 만들겠다』며 유언신탁(信託)에 들었다. 유언신탁은 은행이 가입비 3만원에 매년 1만원씩의 수수료를받고 고객의 유언장을 보관했다가 고객이 죽으면 유언장을 법원에제출해 유언장 내용대로 집행되도록 해주는 상품이다.
제일은행은 91년 말부터 지금까지 모두 12건의 유언신탁을 팔았는데,이중 1건은 이미 집행됐고 2건은 고객이 중도에 되찾아가 현재 9건을 보관중이다.이중 40대 고객의 신탁이 2건이다. 서울공증인합동사무소도 지난해 20건 정도의 유언장을 공증했는데 이중 2~3건은 40대가 한 것이다.
공증사무소는 서울에만 1백 곳이 넘기 때문에 유언장을 만들어놓은 30~40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공증인합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잦은 사고등으로 갑자기 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우리 사회에 「죽음은 나이와관계없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미리 자신이 죽은 뒤의 재산 처분에 대비하자는 30~40대가 많아졌기 때문』이 라고 풀이했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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