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경수로대책회의 내용은-3人3色 원칙재확인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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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뉴욕의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서 7일 시작된 韓.美.日 경수로대책회의에는 최동진(崔東鎭)경수로 기획단장,로버트 갈루치 美핵대사,엔도 데쓰야(遠藤哲也)日경수로 담당 대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北-美경수로 전문가회의 대책을 마련하고 3국간 공조를 재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북한이 제시한 이른바 「대안」에 대한 입장도 정리해 12일 베를린에서 재개되는 전문가회의에서 북한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10일 같은 장소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설립협정안에 서명한 바 있다.
협정에는 KEDO가 1천메가W 용량의 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하는등 北-美합의 조치의 이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명시했다.
갈루치 핵대사는 北-美합의를 일궈낸 장본인이다.따라서 북한과정면충돌보다는 절충을 모색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美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태도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한(駐韓)美대사관은 국회 통일외무위 일부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한국형 명칭을 고집하지 말라는 로비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갈루치 핵대사는 이번 회의에서 특별히 한국에 대해 절충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우리측 대표인 崔단장의 어깨도 무겁다.출국직전에 이례적으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金대통령의 당부는단호했다.한국형이 아니면 돈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崔단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형 경수로 제공과 설계.
제작.시공에 있어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라는 원칙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게 됐다.
반면 일본의 엔도 대사 입장은 어정쩡하다.
북한핵이 가지는 위협적 요소에는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일본도 사정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음달부터 북한과 수교교섭에 들어가기로 이미 합의해놓고 있다.우리정부가 외교경로를 통해 경수로 문제의 미해결 시점에서 수교교섭 재개는 적절치 않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뒤의 조치였다.
따라서 엔도 대사가 美측이 제시할 지도 모를 절충가능성에 무게중심을 옮겨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회의는 3인 3색이지만 결론은 우리가 제시한 「원칙의 재확인」이라는 것이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미 3국이 충분한 조율을 해왔다』면서『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향후 전략을 집중 분석,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달 21일의 경수로 협정체결 시한이 김일성(金日成)생일(4월15일)과 평양축전(4월말)사이에 있다는 점때문에 이번달에는 일단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金成進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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