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과의 5분 토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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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15면

『사화와 반정의 시대-성종·연산군·중종과 그 신하들』의 저자 김범은 카메라 앞에선 수줍어하지만 막걸리 앞에선 눈빛이 반짝거리는 젊은 학자다. 꾸준하게 조선 전기를 탐색해 온 그는 제도사(制度史)라는,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들리는 분야를 선택했다. 그가 설명해 주는 제도사는 “말 그대로 제도의 역사”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의 토지제도는 어떤 계기로 성립되어 어떤 변천을 거쳤고 어떤 문제점을 가졌는가 하는 사항들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언뜻 요즈음 유행하는 생활사(生活史)의 그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김범은 거기에서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제도의 성립과 변천은 그 제도를 둘러싼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사화와 반정의 시대』는 그중에서도 “삼사(三司)라는 관서가『경국대전』에 보장된 자신의 기능을 현실정치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건과 의미와 결과”를 살펴보는 저서다.

그러한 연구를 하면서 조선시대 언론 기능을 담당했던 삼사를 깊이 있게 성찰한 그의 언론관은 이렇다. “궁극적으로 모든 비판은 허용되어야 하며, 그러므로 모든 반(反)비판 또한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그 둘이 치열하게 부딪치되 원활하게 소통되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서문에 자신의 첫 번째 책을 돌아가신 할머니께 바친다고 적은 이 다정다감한 학자는 고려대 한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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