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세금로비’ 돈 건넨 흔적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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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S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 S해운 본사와 김모(49) 전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로비 정황이 담긴 회계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김 전무는 S해운 재무담당 전무로 2004년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국세청·검찰·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김대호)는 13일 서울 역삼동 S해운 본사와 김 전무의 서울 방배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S해운 측이 2004년 2~7월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해 업무추진비로 10억여원을 지출한 내역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무를 불러 이 돈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살포한 로비자금인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추진비 10억여원은 S해운의 로비 의혹을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발한 정상문(62)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전 사위 이모(35)씨가 S해운이 금품로비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돈과 동일한 액수다.

검찰은 증거물로 압수한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토대로 이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S해운 로비 리스트’의 진위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비리스트에는 김 전무가 정상문 비서관과 국세청·검찰 간부 등 8명에게 수천만원~억대 금품을 건넨 내역이 적혀 있다. 검찰은 특수부 검사 두 명도 추가 투입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김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로비 리스트 내용은 모두 허위”라며 금품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S해운 박모(56) 대표도 “당시 업무추진비는 통상적인 세무조사 대응 과정에서 임원 보수 등으로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아 정상적으로 집행한 자금이지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건너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로비 리스트와 관련, 검찰은 당시 S해운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C조사관과 W과장을 포함해 직원 4~5명도 불러 금품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C조사관은 검찰 계좌추적에서 김 전무와 수천만원대 금품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또 박 대표가 정 총무비서관의 사위였던 이씨에게 ‘70억원 차용증서’와 S해운 지분 20%를 넘긴다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서’를 넘겨준 사실을 확인하고 로비 대가인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씨는 S해운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영입돼 10여 개월 일했다. 정 총무비서관도 “2004년 4월께 사돈이 청와대 사무실로 S해운 차용증을 들고 찾아와 ‘거금을 투자한 회사가 세무조사로 어렵게 됐으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었다.

이씨는 검찰에서 “박 대표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무마된 뒤 회사 지분을 넘겨받아 회사를 공동 경영하기로 약속했다”며 “계약서를 법률사무소에서 공증까지 함께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박 대표는 “이씨 측이 ‘세무조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고 해서 임의로 만들어 준 것일 뿐 실제 돈과 지분을 넘겨 주겠다는 계약서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정 총무비서관이 사위 이씨에게 현금 1억원이 든 돈가방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씨 계좌 등에 대한 자금 추적을 벌인 결과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서 사라진 1억원의 행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정 비서관은 “이씨가 돈가방을 가져온 2004년 3월 6일은 딸이 친정에 와 있던 때라 며칠간 보관하다가 돌아갈 때 돈가방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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