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퇴짜 놓은 노 대통령 ‘표지석’ 청와대 거짓 해명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와대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나무를 심은 뒤 표지석을 설치하려 했다가 그대로 들고 되돌아온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일각에선 “뭔가 북한 측과 이견이 있어 표지석이 퇴짜를 맞은 게 아니냐”며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정례브리핑에서 해명했으나 본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 당시 타원형 모양의 화강암으로 만든 250㎏짜리 표지석(사진上)을 준비해 갔다. 그러나 이 표지석은 방북단이 복귀할 때 되돌아왔고, 대신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2월 18일 방북 때 70㎏ 무게로 크기를 줄인 표지석(下)을 가져가 설치했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기념 식수에 참석할지 결정되지 않아 김 위원장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표지석을 만들어 갔다”며 “(기념 식수엔 김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나와) 결과적으로 그 표지석은 당연히 쓸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상회담 기념용으로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표지석을 준비했기 때문에 원래 표지석을 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천 대변인의 설명과 달리 본지가 확보한 원래 표지석의 사진에는 김 위원장 이름은 없고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으로만 표기돼 있다. 나중에 설치된 표지석과 다른 부분은 사진에서 보듯이 방북 날짜가 구체화되고, ‘평양’이 ‘평양 방문 기념’으로 바뀐 정도다.

처음 표지석이나 나중에 설치한 표지석이나 노 대통령 단독 표기는 동일하다. 그 때문에 처음 가져간 표지석이 설치되지 못한 데는 정부가 설명 못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채병건 기자

[J-HOT]

▶ [사설] 북한군, 우리가 보낸 쌀 먹고 총 겨눴나

▶ 생일맞은 김정일 식탁엔 □□□ 요리가

▶ "노대통령, 부시 가장 당혹스럽게 한 인물"

▶ 美, 김국방 부부에게 '훈장' 주고 '상' 주고

▶ 靑 대변인 "고의는 아니었지만 잘못 전달…유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