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미 FTA 합의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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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상원의원은 11일 “미국의 자동차와 쌀·쇠고기 등 핵심 산업과 농업 부문, 그리고 노동 보호와 환경 기준에 (한·미 양국이) 적절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의 발언은 한·미 FTA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국이 자동차·쌀·쇠고기 시장을 더 열어야 지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추월한 오바마는 이날 상원 전체회의 서면 발언을 통해 한·미 FTA와 한·미 관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취임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세히 밝혔다. 선거운동 때문에 상원 회의에 불참한 그는 서면 발언 내용을 속기록에 남겼다. 그가 한·미 FTA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는 전해졌지만 그가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힐러리는 지난해 “자동차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상원 전체회의 서면발언 원문보기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속기록에 따르면 오바마는 이명박 당선인 취임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주 후면 이명박 당선인이 한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며 “그의 취임은 한·미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고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 당선인이 취임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나타내는 뜻으로 이 당선인을 가능한 한 빨리 백악관으로 초청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바마는 “21세기에 한반도와 그 밖의 지역이 당면한 각종 도전들에 대처하려면 동맹을 위한 공동의 비전을 가다듬는 작업을 한국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년간 이 중요한 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가 이 당선인과 함께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내부에서조차 엇갈리는 행보를 취해 왔다”며 “북한을 ‘악의 축’으로 낙인 찍고 양자협상을 거부했다가 코스를 바꾸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일관성 없는 접근법은 북한의 핵무기 팽창을 허용했으며, 남한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을 일으키게 했다”고 비판했다.

“나는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 오바마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확고하고 단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며, 그걸 위해 우리는 공동의 목적 아래 단합된 힘으로 전진한다는 걸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활기찬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데 대해 한국 국민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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