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수입차 싸게 팔자 벤츠·아우디 훼방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벤츠와 아우디가 같은 수입차를 파는 SK네트웍스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에서 사온 수입차를 공식 수입업체보다 10%가량 싸게 팔고 있다. 이에 벤츠와 아우디는 SK네트웍스와 같은 해외 업자에 차를 파는 미국 딜러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들은 SK네트웍스에 더 이상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고급 모델의 가격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딜러 단속=SK네트웍스는 판매하는 차량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세금이 낮은 데다 달러가 약세여서 차값이 싸기 때문이다. 이에 벤츠와 아우디의 미국법인은 현지 딜러들에게 해외 업자에 차를 팔지 말 것을 요구했다. 벤츠의 미국 법인장인 언스트 리에브는 최근 “차량의 2% 이상을 해외에 판 딜러에겐 신차 배당을 줄인다”고 경고했다. 아우디 미국 법인도 “해외 판매는 계약과 어긋난다”며 “해외 판매가 늘고 있어 해외의 아우디 딜러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식 수입업체들은 SK네트웍스에 차를 공급하는 해외 딜러를 제재해줄 것을 본사에 요청했었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은 본사 차원에서 취해지는 SK네트웍스 견제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비공식 수입업체라는 이유로 차를 팔지 않는 건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말엔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식 수입업체들이 SK네트웍스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담합하는지 조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차값 인하=아우디·렉서스·벤츠의 공식 수입업체들은 1억원이 넘는 최고급형 모델의 가격을 속속 내리고 있다.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가격차 때문에 고객들이 SK네트웍스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아우디는 13일 A8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값을 낮췄다. SK네트웍스가 들여오는 ‘A8L 4.2 콰트로’ 모델은 1380만원이나 인하했다. 이로써 두 회사의 가격 차이는 137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벤츠코리아도 SK네트웍스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S500의 값을 인하할 계획이다. 2월 말 일부 옵션을 뺀 S500 모델을 들여오며 2억660만원에서 1억7000만원대로 내리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풀옵션인 모델만 판매해 비쌌지만 앞으로는 옵션을 줄이면서 값을 내린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렉서스도 LS460L의 판매가를 SK네트웍스보다 100만원 싼 1억4300만원으로 낮췄다. 이후 SK네트웍스도 곧바로 가격을 1000만원 내려 맞대응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에 자극받은 공식 수입업체들이 가격을 계속 내리고 있다”며 “경쟁의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