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표식(標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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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얼마 전 완간됐다. 마법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택해 10년 동안 써 온 이 작품은 그간 전 세계 어린이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으며, 계속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책이 새로 나올 때마다 이를 사려는 어린이들이 서점 앞에 줄을 섰고, 가난한 작가였던 롤링은 이 한 작품으로 엄청난 부자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돼 많은 어린이가 한글로 이 작품을 읽고 있다. 그런데 번역판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주인공의 이름을 실제 발음과는 많이 다르게 표기했다는 것이다. 여주인공인 Hermione는 ‘헤르미온느’가 아니라 ‘허마이어니’로 발음되며 ‘불의 잔’ 편에 등장하는 Cedric의 경우도 ‘케드릭’이 아니라 ‘세(시)드릭’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인명이나 지명 같은 고유 명사는 워낙 다양해 제대로 적기 어렵지만 이들은 인명사전에도 나오는 이름들이므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의심하게 된다.

또 하나는 맞춤법에 허점이 보인다는 점이다. 수십 번 등장하는 ‘어둠의 표식(標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자 ‘識’은 뜻에 따라 독음이 다르다. 즉 ‘알 식’ ‘기록할 지’ 두 가지로 쓰이는데 ‘標識’의 경우는 ‘표식’이 아니라 ‘표지’라고 읽어야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도 그렇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서적은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직 배우는 시기에 잘못된 지식이 입력되면 향후의 학습 과정에서 혼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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