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평화선언 뜻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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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는 올해 노사관계에 한가닥 희망이 엿보인다.노총(勞總)과 경총(經總)이 30일 전격적으로「산업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은 그동안의 대립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다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서 주목된다. 두 단체간의 중앙단위 임금협상이 깨지고,강성(强性)노조를 중심으로 한 제2노총의 설립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올해 임금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모두가 걱정해온게 사실이다.게다가 최근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임금인상요구율이 지나치게 높아 기업경영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이를테면 기아(起亞)자동차 노조의 임금인상요구율이 기본급 기준 15.2%,대우(大宇)노동조합협의회의 요구율이 14.8~16%,만도기계의 요구율은 물경 20.2%나 된다.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 노총과 경총이 산업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선언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경총회장은 『중앙단위의 임금합의를 못해 국민에게 노사가 마치서로 대립만하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 이같은 선언을 하게 된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노사관계를 대결이 아닌 화합의 게임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이 것이 단위사업장에 잘 전달되면 노사간 마찰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선언은 다분히 상징적 의미가 강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산별노련(産別勞聯)등산하조직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중앙단위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아직 산하조직에 전달할 구체적 실천방향 도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따라서 노총은 앞으로 산하조직의 대표들과 충분한의견개진을 통해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사협상은 은근과 끈기의 게임이다.임금협상에 불만이 있다 해도 우리경제가 처한 위치를 고려해 서로 양보하는 선(線)에서 타협이 이뤄지도록 해야겠다.어렵게 이뤄낸 이번 선언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노사가 다같이 협력하는 자세로 나아가 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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