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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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년’-천양희(1942~ )

작년의 낙엽들 벌써 거름 되었다

내가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작년의 씨앗들 벌써 꽃 되었다

내가 꽃밭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후딱, 1년이 지나갔다

돌아서서 나는

고개를 팍, 꺾었다



1년이란 말 속에는 어떤 나이테가 들어 있는 듯합니다. 낙엽이 거름이 되고 그 거름이 씨앗을 틔우고 마침내 꽃과 꽃밭이 되지요. 바람도 풀도 씨앗도 꽃밭도 몸속 어딘가에 나이테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돌아보면 후딱 1년이 지나가지만 우리들의 몸속에는 그 순간이 빚어낸 나이테가 하나 늘어 있겠지요. 당신, 가슴에 손을 대고 1년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결을 느껴 보세요.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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