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왜 ‘맨날’ 술타령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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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간밤의 지나친 음주로 쓰린 속을 어루만지며 “오늘만은 참아야지” “오늘은 마시더라도 정말 흉내만 내야지” 하고 결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퇴근 후 직장 동료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과음하게 되고 아내의 잔소리는 덤으로 따라온다.

“당신 왜 맨날 술타령이야” “우리 아빠는 맨날 술을 마시고 들어오신다” “엄마·아빠는 나보고 맨날 공부만 하래”처럼 일상생활에서 ‘맨날’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쓰이고 있지만 ‘만날’이 올바른 표기다.

‘만날’은 한자어 ‘만(萬)’과 순 우리말 ‘날’이 결합한 형태로, ‘만 번의 날’ 즉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나아지거나 새로워지지 않고 언제나 늘’이라는 뜻이다. “너는 시험이 코앞인데 만날 놀기만 하느냐” “처음에는 외국 생활이 너무 힘들고 외로워 옥상에 가서 만날 울곤 했다”처럼 쓰인다.

사람들이 ‘맨날’이란 말에 익숙한 것은 ‘맨손, 맨주먹, 맨몸’ 등에 쓰이는 접두사 ‘맨-’과 결합한 말이라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의 ‘맨-’은 ‘아무것도 지니지 아니한 상태’를 가리키므로 ‘맨날’에서의 ‘맨-’과 그 쓰임이 다르다.

우리말에 ‘만날 뗑그렁’이란 속담이 있다. 이는 ‘생활이 넉넉해 만사에 걱정이 없음’을 말한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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