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大中씨의 "弔問"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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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이 22일 남북한(南北韓)문제를 풀어나갈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그 의견에는상당부분 남북한의 정책 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눈에 띈다.상호 교류.협력의 필요성,북한의 대남( 對南)비방이라든가 경수로와 관련된 정책전환요구 등과같은 내용이 그러한 예다. 그러나 김일성(金日成)사망직후 촉발됐던 이른바 조문(弔問)파동에 대한 그의 견해에 이르면 남북한 관계를 보는 金이사장의인식이 어떤 것인지 의아스럽고 좀 더 분명히 밝혀졌으면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조문파동 당시 우리 정부가 취한 태도는 현명한 것이 아니었다.당시 입장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고,적절한 조치를 취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에대해 우리는 궁금증을 넘어 솔직히 당혹감마저 느낀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조문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부가 남북한「민족의 태양」인 김일성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지 않은데 대해사과하는데 있다.그래야 남북한 대화에도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金이사장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고 있다.북한이 요구하는 것처럼 조문이라고 유추할만한 구절도 물론 없다.그러나 그의 이 발언에서 정부가 조문문제를 잘못 다뤘기 때문에 남북한 관계가 현 재와 같은 상태에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마치 정부의 잘못으로 남북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인상까지 줄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북한이 전혀 우리를 상대하지 않으려는 정책 때문이며,조문문제는 구실에 불과하다.우리를따돌리고 미국과 문제를 해결할 핑계를 찾던중에 우리쪽에서 돌출했던 조문파동을 이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金이사장의 주장처럼 설사 조문문제를 적절히 해결한다고 극단적으로 가정해도 우리를 배제하려는 북한의 정책기조는 변하지 않을것이다.金이사장의 발언에서 그러한 인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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