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평>"게임이론과 남북한 관계" 金哉翰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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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람과 사람사이,그리고 국가와 국가간에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이같은 갈등현상을 「게임」이나 운동경기의 법칙으로 지혜롭게풀어보려는 시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속돼왔다.군사전략가들은전쟁게임을 통해 적의 허를 찌르는 작전을 짜기 도 했다.
바로 이러한 「게임」모형의 유용성에 근거해 인간문화를 게임현상으로 진단하는 주장이 제기됐다.철학자 요한 호이징가가 대표적인 인물이다.인간은 어릴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하거나 싸움을 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참가자들의 합리적 행동을 대전제로 한다.인간의 행위가불합리하고 예측불허일 경우 게임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이같은 게임을 정형화한 게임이론은 엄밀히 보면 수학.논리학을 적절히 결합한 논증법이다.
게임이론의 전범(典範)은 『게임이론과 경제행위』(44년 프린스턴大 출판부)의 저자인 수학자 요한 노이만과 경제학자인 오스카 모겐스턴에 의해 마련됐다.
게임이론은 그후 국제관계 분석에 적용돼 이론적으로 많은 진전이 있었다.세계 정치질서의 근간이었던 美蘇간의 냉전은 게임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됐다.아직도 냉전 구조가 완전히 와해되지 않고 있는 남북관계를 게임이론으로 보려는 시도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그러나 그 시도만큼이나 남북관계가 그야말로 합리성이나 합목적성에 근거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최근 발간된 김재한(金哉翰)교수의 『게임이론과 남북한 관계』는 이같은 시도를 보다 일관된 주제아래 이론화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金교수는 이 책이 게임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이론서는 아니라고밝히고 있지만 10개의 독립 된 논문가운데 7편의 논문이 사실상 이론분석에 치우쳐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金교수는 남북한의 협조,군비통제및 군축,협상전략에 관한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특히 게임이론에 근거한 대북(對北)정책 제언에서 남한의 對북한정책은 남북한 이해관계가 냉전이냐아니냐를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냉전사고가 한반도에 지배적일 때에는 북한과의 협조를 위한 단기적인 대북한 정책방향이란 없으며 오로지 탈냉전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방지와 군축등의 공동이익이 인식되기 시작하면 직접대화를 통한 주도적이고 양보적인 신뢰구축정책 등 협조창출적인 정책을 추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金교수 저서는 따라서 대북경수로협정 체결을 앞두고 벌어질 남북간 협상에 임할 우리측 대표자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자료가 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론화에 일정부분 진전이 있다고 해 남북관계의 본질을꿰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金교수는 서문에서 기왕의 연구들이 시사적 이야기를 반복해 책의 지면과 독자의 시간을 낭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그러나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통한 이론화에 일정한 성과가 있다는점 때문에 이 책이 金교수 자신의 비판에서 자유 로울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金교수는 또 남북한 문제를 서술하지 않고 인과관계적 측면에서고찰해 처방적 대안까지 모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책을 다 읽고나서도 그 처방적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명확히 얻을 수있었음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성진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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