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사수’ 승엽, 타격자세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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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승엽(32)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격 자세를 바꾸고 있다고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가 3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미야자키현 선머린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이승엽은 수평 스윙에서 공을 내려 찍는 듯한 다운 스윙으로 폼을 수정 중이다. 스윙 폼을 바꾸는 건 몸쪽 빠른 볼과 바깥쪽 변화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때리기 위해서다.

전날 실내 구장에서 티배팅을 300개 때린 이승엽은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방망이 머리 부분이 밑으로 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윙을 ‘위에서 아래로’ 하는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승엽은 지난해까지 수평 스윙을 지향했으나 왼손 엄지 인대 부상으로 자세가 무너졌고 배트 헤드 부분이 밑으로 처지면서 빠른 볼과 변화구에 모두 취약한 약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이승엽이 다운 스윙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우치다 준조 전 타격 코치의 조언에 따라 몸쪽 높은 볼을 공략하기 위해 그는 가끔 볼을 깎아 치는 연습을 했다.

수평 스윙으로는 몸쪽에 붙는 강속구를 때릴 수 없었을뿐더러 이승엽의 파워라면 퍼 올리지 않고 볼을 깎아 쳐도 충분히 장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다운 스윙으로 폼을 교체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수술한 왼손 엄지의 통증을 최대한 줄이고 보다 정교한 타격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정확하게 맞히면 펜스 너머로 타구를 날려보낼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이승엽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이적한 앨릭스 라미레스와 4번 경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변신을 통해 상징성이 큰 요미우리 4번 타자를 실력으로 꼭 꿰차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력이 되는 선수에게 4번을 주겠다”며 일단 캠프에서 공정한 경쟁을 약속한 상태다. 타격폼 수정이라는 일대 모험을 통해 이승엽이 4번 지키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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