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⑤ 압축도 좋지만 풀어 쓰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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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5면

문장을 읽다 보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꼭 집어 흠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간결하게 쓰는 것에 집착하거나 영어식 문장에 빠져 있는 사람이 쓴 글을 접할 때 이런 경우가 많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신문·잡지에도 이런 글이 수두룩하다. 글을 쓴 사람도 뭐가 문제인지 잘 의식하지 못한다.

좋은 글의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결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 명사만 나열하거나 명사형을 남용하다 보면 글이 딱딱해지고 자연스러움을 잃게 된다. 이럴 때는 부사와 동사 중심으로 풀어 쓰는 것이 해결책이다.

① 인위적인 주가조작을 하는 세력이…

②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세력이…

③ 민심 수렴을 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인지…

④ 민심을 수렴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인지…

눈치 빠른 독자는 ①③보다 ②④가 부드럽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풀어 쓴다고 해서 글자 수가 그리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수식어+명사형+를 하다’보다는 ‘부사어+동사’ 형태가 더 우리말답다. 위의 공식에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부사어를 잘 활용하면 문장이 훨씬 더 매끄러워진다는 것을 아래 예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한 다양한 시책 추진에…(→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는데…)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신속하고 충분하게 보상받지 못
한 데 대해…)

성수품 가격이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성수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수식어+명사형’ 뒤에 서술어를 잘못 쓰면 번역문 냄새가 풀풀 난다. 특히 ‘~이 이루어지다’ ‘~을 가지다’ ‘~을 필요로 하다’가 따라올 때가 그렇다.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하다.(→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많은 시장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시장을 더 왜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