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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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8면

중국 전통 인형극을 공연하는 수잔(쥘리에트 비노슈)은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시몽(시몽 이테아뉘)과 살고 있다. 엄마가 일하는 동안 홀로 지내야 하는 시몽은 어느 날 하늘에 떠 있는 빨간 풍선을 보고 말을 걸어본다. 외롭지만 씩씩하고 열정적인 엄마와 혼자서도 순하고 착하게 자라는 아들. 이들의 삶에 베이비 시터로 고용된 중국인 유학생 송 팡(송 팡)이 스며든다. 영화를 공부하는 송 팡은 시몽과 함께 타박타박 파리 거리를 걸으며 그 아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빨간풍선

대만의 거장 감독 허우 샤오셴이 연출한 ‘빨간 풍선’은 파리 오르세 박물관이 2006년 개관 20주년을 맞아 제작을 시작한 특별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조건은 오르세 박물관의 현재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 허우 샤오셴은 그런 자유를 누리며 때로는 산책하듯, 때로는 멈추어 응시하듯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세 인물을 오가는 ‘빨간 풍선’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영화다. 그러나 나직하게 주고받는 목소리가 있고, 눈물과 웃음과 분노와 고독 사이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몽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 멀리 동그마니 떠 있는 빨간 풍선을 볼 때, 수잔과 송 팡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 풍경은 삶이 되어 다가온다. ‘빨간 풍선’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찍은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현대의 파리를 찍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허우 샤오셴은 현대 파리의 사람들을 찍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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