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1광역시·도 1로스쿨’이 원칙이라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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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광역시·도 1로스쿨’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경남에 로스쿨을 한 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 원칙은 상당한 논의가 있었고, 방향도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1월 31일 브리핑). 그리고 “인구 수가 전국 9개 도 지역에서 3위인 경남에 로스쿨이 없으면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1일 “5개 권역을 나눈 것이 지역균형인데 16개 광역시·도에 하나씩 둬야 한다는 것은 듣지 못한 논리”라고 말했다. 로스쿨 인가 심사를 맡은 법학교육위원회에서도 ‘1광역시·도 1로스쿨’ 논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법학교육위원 A씨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인가 기준이 청와대에도 보고됐는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청와대가 위원회 결정을 흔들면 모든 위원(2년 임기)이 사퇴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이 사퇴하면 로스쿨 예비인가에 이은 9월 본인가 심사는 새로운 위원을 선정해 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인가 기준에는 1순위는 ‘우수한 법조인 양성’, 2순위는 ‘지역 간 균형’으로 돼 있다. 지역균형에서도 고등법원 관할 구역에 따라 5개 권역(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으로 나누고, 각 권역 내에서 우수 대학을 선정하도록 명시했다.

서울권역에 포함된 강원대와 제주대는 지역균형 특혜를 봤다. 부산권역에서는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부산대와 동아대가 나란히 선정됐다. 반면 위원회 평가 결과 경상대와 영산대는 모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성적이 좋지 않은 대학을 뽑았다 나중에 점수가 공개되면 뒷감당할 수 없다”며 청와대 측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점수를 잘 받고 탈락한 대학들이 정부를 상대로 줄 소송을 내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청와대 천 대변인이 “(로스쿨 선정이 안 된) 충남 지역은 대전의 충남대가 대전·충남의 충분한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충남 천안에 있는 선문대가 “지역 차별”이라며 발끈한 것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 대표성은 황당한 논리”라며 “청와대가 충남 지역의 선문대나 서남대를 직접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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