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운치 않은 與野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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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위태롭던 정국이 여야의 막판 협상타결로 정상을 회복한 것은 다행이다.그동안 극한대립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여야는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협상으로 파국을 피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이번 파동은 여러 면에서 여야가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야 할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당장 기초단체장은 공천을 허용하고,기초의원은 공천을 금지한다는 합의가 헌법이나 원리적으로 맞는 것인가.협 상은 으레 여야의 정치적 이해(利害)를 흥정.절충하는 것이지만 법과 제도로 시행될 협상결과는 헌법과 사리(事理).일반상식과 맞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보면 여야는 흥정에 급급해 이런 고려는 충분히 하지 못한 것같다.가령 정당 배경을 가진 단체장을 무소속인 기초의원들이 제대로 감독.견제할 수 있을 것인지,정당 탈색(脫色)의 필요성이라면 오히려 기초단체의 집행부에 더 있는 것이 아닌지 등의 의문을 미리 검토라도 해봤는지 모르겠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에 드러난 여야의 「밑천」이었다.민자당은1년전 자랑거리로 내세웠던 법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고치자고 주장하면서 일방강행할 자세까지 보였다.국정(國政)을 얼마나 단견적(短見的).편의적으로 다루는지 여실히 드러냈 다.국민과 야당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는가.한편 민주당은 필요하면 수단.방법을 안가린다는 체질을 드러냈다.날치기를 막는다고남의 집을 점거하고 사람을 억류하는 사태까지 벌였다.여야가 보인 이런 「밑천」을 보고 누군들 탄 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합의사항중 국회에 지방자치발전특위를 두기로 한데 대해유일하게 희망을 건다.오는 6월선거는 제대로 된 제도로 시행되는 것인지 의문이 많은만큼 다분히 실험적 성격이 짙다.앞으로 특위에서 지자제와 행정구역의 문제점을 검토.개선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야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반성하고,교훈을 얻어야 한다.일만터지면 곧장 무한(無限)대결로 가는 여야관계도 바뀌어야 한다.
21세기가 임박한데 한국정치가 이런 추악한 「밑천」을 그대로 안고 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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