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부장급 "실질 정년은 47.7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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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대기업의 부장.과장급 중견간부들은 자신들의 실질적인 정년을 47.7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이 젊어지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을 채우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또 이들은 평균 3억1000만원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28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조사전문업체 인포서치(대표 최성기)와 공동으로 503명의 대기업 부장.과장급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대기업 중견간부 의식.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중견간부들의 44.2%는 45세까지, 36.7%는 46~50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으로 정해진 55세 정년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견간부는 16.1%에 불과했다. 전체를 평균하면 47.7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회사에서의 생존연한이 짧아지고 있는 만큼 중견간부들의 의식이나 일하는 태도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번 조사에서는 81.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수치는 외환위기 반년 전인 1997년 4월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했던 조사(30대 그룹 30.40대 직장인 의식조사)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당시엔 이 비율이 46.1%였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직장 내에서도 연봉제를 받아들이는 등 경쟁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정착됐음을 알 수 있다.

일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다수(91.9%) 중견간부가 '시간이 갈수록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또 살아남기 위해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변화를 시도'(71.6%)하거나 '과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64.2%)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전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거나 '회사의 요구대로 변화를 시도한다'는 응답률은 각각 68.5%, 28.9%로 이번 조사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편 절반 가까운 중견간부들은 '스카우트 제안이 오면 고려하겠다'(54.3%)거나 '기회가 있으면 독립하겠다'(46.1%)고 응답, 평생 직장보다는 평생 직업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상당수 중견간부는 '공정한 평가라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다'(46.0%)거나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26.9%)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연봉은 4000만~5900만원(62.1%)에 몰려 있었으며 평균 보유 자산은 3억1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채무 평균은 2800만원 수준이었지만, 28.8%는 채무가 없었다. 채무가 있는 중견간부들만 봤을 때는 평균 채무액이 6800만원이었다. 또한 '회사를 당장 그만둬도 생계에 지장이 없다'는 응답은 13.5%에 불과해 대부분이 '퇴직 후' 별 대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광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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