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조사전문업체 인포서치(대표 최성기)와 공동으로 503명의 대기업 부장.과장급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대기업 중견간부 의식.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중견간부들의 44.2%는 45세까지, 36.7%는 46~50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으로 정해진 55세 정년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견간부는 16.1%에 불과했다. 전체를 평균하면 47.7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회사에서의 생존연한이 짧아지고 있는 만큼 중견간부들의 의식이나 일하는 태도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번 조사에서는 81.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수치는 외환위기 반년 전인 1997년 4월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했던 조사(30대 그룹 30.40대 직장인 의식조사)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당시엔 이 비율이 46.1%였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직장 내에서도 연봉제를 받아들이는 등 경쟁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정착됐음을 알 수 있다.
일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다수(91.9%) 중견간부가 '시간이 갈수록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또 살아남기 위해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변화를 시도'(71.6%)하거나 '과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64.2%)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전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거나 '회사의 요구대로 변화를 시도한다'는 응답률은 각각 68.5%, 28.9%로 이번 조사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편 절반 가까운 중견간부들은 '스카우트 제안이 오면 고려하겠다'(54.3%)거나 '기회가 있으면 독립하겠다'(46.1%)고 응답, 평생 직장보다는 평생 직업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상당수 중견간부는 '공정한 평가라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다'(46.0%)거나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26.9%)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연봉은 4000만~5900만원(62.1%)에 몰려 있었으며 평균 보유 자산은 3억1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채무 평균은 2800만원 수준이었지만, 28.8%는 채무가 없었다. 채무가 있는 중견간부들만 봤을 때는 평균 채무액이 6800만원이었다. 또한 '회사를 당장 그만둬도 생계에 지장이 없다'는 응답은 13.5%에 불과해 대부분이 '퇴직 후' 별 대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광 이코노미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