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붕괴 各國 표정-전문가 전망 다 빗나가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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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욕의 금융街는 달러값이 급기야 90엔선을 깨고 내려가자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6일 오후까지만 해도 뉴욕 금융시장관계자들 사이에는 91~92엔 정도에서 하락을 멈추고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엇나간 예상은 당 연히 주식과 채권시장등 금융시장 전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전같으면 두팔을 걷어붙이고 시장 개입에 나섰을 미국정부는 함구령이라도 내려진듯 조용하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4일 한때 달러매입을시작했으나 하루만에 중단했고 당분간은 시장에 맡긴 채 그냥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일부에서는 FRB가 달러방어를 위해 금리를다시 올리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미국 국내경기를 감안할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오랜 경험을 갖춘 외환전문가들은 갖가지 분석기법을 동원하며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만 들어맞지 않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일단 달러값의 안정대를 88~92엔선으로 수정하고 있다.
한편 최근의 미국언론 보도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월스트리트 저널은 7일 「기업들은 달러하락현상을 환영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달러가 떨어진다고 해서 미국경제에 뭐가 나쁘냐는 식이다.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일무역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달러가치는 계속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뉴욕=李璋圭특파원] ○…일본의 엔고에 대한 반응은 이제 우려에서 현실로 넘어간 모습이다.정부의 경제전망도 그렇거니와 기업들도 올초만해도 엔이 달러당 90~1백엔 정도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짰으나 달러당 90엔선이 붕괴되자 이제 상황은 일 본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왔다고 보고있다.일본정부는 7일에 이어 8일 오전에도 무라야마(村山)총리주재로 긴급 경제각료회의를 열고 엔고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며 차후대책 을 세우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여기에는 이번 엔고의 원인이 절대적으로 미국에 있는데 왜 미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는냐는 불만이숨어있다.
[東京=郭在源특파원] ○…美 달러당 7.8홍콩달러라는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홍콩은 이번 달러 폭락사태와 관련,일단 직격탄은 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콩 외환시장에서는 동남아와 중국등의 엔화차입에 대한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 국가가 입게 될 충격이 어느 정도냐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더욱이 최근 일본이 아시아에 풀어놓은 엔화자산을 회수해가는 추세여서 이들 개발 도상국의 타격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콩=劉尙哲특파원] ○…유럽의 통화관계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달러화의 폭락으로 비롯된 마르크화의 지나친 강세다.
마르크화의 초강세로 빚어진 유럽환율체제의 동요로 97년으로 잡았던 유럽단일통화 출범에 암운이 드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스페인 정부는 현재 마르크화에 묶여있는 페세타의 환율을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 경우 사실상 스페인 경제권에 속한 포르투갈도 같은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자칫하면 유럽환율조정장치(ERM)자체가 붕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연 현재와 같은 ERM을 토대로 한 유럽단일통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현지 반응은 비관적이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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