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보너스 탐나서 6조원 사고 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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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은행에 72억 달러(약 6조8000억원)의 손실을 안긴 제롬 케르비엘(31·사진)은 회사 동료의 인정을 받고, 보너스 30만 유로(약 4억2000만원)를 받기 위해 몰래 한도를 넘는 선물 거래를 했다고 자백했다. 은행에 손실을 끼친 것(배임)과 문서 위조, 컴퓨터 해킹 등의 혐의로 26일 구속된 케르비엘은 사흘간의 조사를 받고 28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게 된다.

케르비엘은 검찰 조사에서 “거래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몇 가지 일을 한 것은 맞지만 한도를 넘는 거래를 하는 것은 은행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그를 조사한 파리지검의 장클로드 마랭 검사는 “케르비엘이 은행 돈을 빼돌리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법 당국은 이날 케르비엘의 출국을 금지했고 증거 인멸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SG은행 측과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다. 프랑스 언론은 케르비엘의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7년에 75만 유로의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검찰은 이젠 SG은행 측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SG는 케르비엘의 불법 거래를 알아챈 시점이 지난 18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지난해 11월 유럽 파생 상품거래소로부터 케르비엘의 수상한 거래 내용을 통보받고 조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언론은 은행 내부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또 SG가 고위 임원 한 명이 올해 초 은행 주식을 대량 처분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 사건의 내용을 미리 알고 한 것인지를 추적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 “SG는 계속된 주가 하락과 신뢰도 상실로 경쟁 은행에 분할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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