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 “여러분이 한 시간 덜 자면 국민은 한 시간 더 편히 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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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공무원들 앞에서 웃었다. 28일 오찬 간담회를 한 인수위 파견 공무원 80여 명에게 “(내가) 공직자를 변화와 개혁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얼마 전 공무원을 “위험 수위에 온 시대의 걸림돌”로 몰아붙이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정권 교체로 뒤숭숭한 공직사회를 다독이고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이었다. 그래선지 간담회 분위기는 시종 부드러웠다. (공무원의) ‘우수한 능력’ ‘훌륭한 재능’ 같은 표현도 자주 나왔다. 서울시장 퇴임 후 공무원노조의 감사패를 받은 사실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됐다. 이 당선인은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이 시점에서 한 번 더 분발할 때가 됐다”고 했다. “공무원은 개혁이나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고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관(官) 주도형 행정에 대한 비판도 여전했다. 이 당선인은 “1980년대 말이 지나며 민간 주도로 가야 하는 시점에서 관 주도로 넘어가는 과정이 오래 걸렸고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무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길목을 다 막아 놨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참 기적이다”라던 비판의 완곡 어법이었다.

민간 주도로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당선인은 ‘봉사정신’과 ‘프로의식’을 꼽았다. 당선인은 “대충대충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쟁력과 국민에 대한 철저한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국가 공복으로 거듭나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공무원을 평생 보장받는 일자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러분이 한 시간 덜 자면 국민은 한 시간 더 편히 잠잘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저항하는 움직임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이 당선인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다소 일어나고 있다”며 “절대 될 수 없는 일,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 시대를 거스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비판했다. 인수위 파견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여러분은 부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와 있는 게 아니다” “인수위에서 돌아가는 모든 것을 여러분 부서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 하러 나온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당선인의 의지와 새 정부의 구상을 각 부처에 전파하는 전령사 역할을 하라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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